다른 나라에서 살다보면 처음에는 좋아보이던 것들이 나중엔 싫어지기도 하고 
어떨땐 모든 사람이 나만 속이려 드는 것 같고
또 어떨땐 한국과 다른 모든게 증오스럽기도 하다.
캄보디아가 좋아서 머무르기로 결정한 나역시도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일때문에,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오게 된 사람들은 나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다.

하지만 왜 유독 동남아시아에만 오면 한국에서 안하던 짓들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걸까?
유럽에서 살았어도 동남아시아에서처럼 같이 행동했을까? 동남아사람들 무시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했을까?

같은 한국인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던 몇가지 이야기.



1. 관광지에서 시끄러운 단체 여행객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dilaudid/]

얼마전 남자친구와 방콕에 놀러갔을 때였다.
방콕을 10번 넘게 돌아다녔지만 왕궁은 한번도 안가본 나.(배낭여행할때 하도 왕궁, 절 시리즈를 많이봐서 물렸드랬다)
왕궁 투어 전 조그맣게 있는 왕족박물관에 들어갔을 때였다.

어디서 한국말을 배웠는지 반말 반, 속어 조금, 제대로 된 단어 조금으로 가이드를 하고 있던 태국여성가이드와 우리뒤로 따라 들어오는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던 어머니 아버지 단체 여행분들.

"이야~ 이거봐 이거 다 금이래 금!!"
"이건 진짜 루비네?"
"야야 여기와바 여기!! 이건 다이아랜다!!!"
"#%%&&!!!*&%@!!%&.........."

그분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조용하던 박물관이 삽시간에 시장바닥이 됐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는 처음에 중국 관광객들인지 알고있다가 말소리를 듣곤 한국 사람인걸 알아차리고 굉장히 놀래했다.
왜냐고?
중국 관광객들이랑 옷도 행동도 똑같다고.

단체여행객들 중 지존은 중국여행객들.
시끄러움에서 지존이요 매너에서도 지존 단체의 촌스러움에서도 지존급이다.
그중에서도 '소음' 수준의 시끄럽게 얘기하는 내용들은 외국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인데
중국 단체여행객과 우리나라 단체여행객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라니.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짓 하긴 민망하지만 나 박물관안에선 한국사람 아닌 척 했다.ㅜ.ㅜ 



2. 캄보디아에 살면서 캄보디아 말도, 영어도 못하는 사람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dilaudid/]

캄보디아에 정착한지 7년, 8년이 된 사람들 중에서도 캄보디아 말을 거의 못하시는 분들 꽤 있으시다.
캄보디아어가 한국이랑 문법도, 발음도 전혀 달라 배우기에 쉽지 않다는것에는 동감한다.
나이까지 지긋하신 울 아버지 나이대의 분들이면 더더욱이나.

하지만..
한 나라에 정착해서 최소 5년이상의 시간을 보냈다면 한나라의 말을 배우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완벽하게는 아니라도 기본 대화가 캄보디아어로 무리없이는 이어져야 하는것 아닐까?
특히나 비슷하게 정착하신 분들중에 캄보디아어를 잘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으신데 말이다.

얼마전 미수다에서 '외국인이 부끄러웠던 경우는?' 이란 주제로 미녀 패널들이 했던 얘기들이 기억난다.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 못하는 외국인이 부끄럽다고 했던 미수다 패널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말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얘기를 들으며 '그래 맞아....외국인도 한국오면 한국말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한 적 있었다면
한국사람이 다른나라에 거주할 때 그나라 말을 공부하는 것에도 같은 의견을 보였으면 좋겠다.



3. 동남아사람들에게 한국말로 소리지르고 욕하는 한국인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kouchi/]

내가 겪은 가장 쇼킹한 사건 중에 하나는(내 인생에서 겪은 가장 쇼킹한 일중에 하나기도 하다)
우리회사 캄보디아 직원에게 한국말로 소리지르면서 욕하는거 말리다가 한국사람한테 '버릇없다'며 두들겨 맞았을때였다.
(아니 그럼 그상황에서 한국사람 편들고 가만히 있었어야 '버릇있는' 사람이 되는거란 말인가?) 
아버지뻘 대는 인간이 여자 얼굴을 주먹으로. 
한대도 아니고 쓰고있던 안경이 깨질만큼.
(어이없게도 고소도 못했다...대사관 왈 전치 3,4주가 아니면 고소가 힘든데 캄보디아에서 그정도로는 전치3,4주 안끊어준단다)

주차요원에게 파킹문제로 항의를 하고 싶으면 캄보디아말을 하던가. 아니면 짧은 영어로 말을 해야지
영어도 캄보디아말도아닌 한국말로 가타부타없이 욕부터 질러대면 도대체 얘는 무슨죄로 그 욕을 들어야 하며 또 어떻게 대처를 해준단 말인가? 

...우리 죄없던 주차요원.
아직까지 그사람이 '왜' 자기한테 욕하고 소리질렀는지 모른다.

단 하나만 생각하자.
이사람들....과연 백인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개차반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고싶으면 최소한 백인들에게도 똑같이 하라고 말하고싶다. 



4. 뻑하면 현지처 두는 인간들.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ekollin22/]

동남아만 오시면 '자뻑'대는 아저씨들 진짜 많다.
돈만 보고 앵겨드는 여자애들을 보며 '아...얘네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자신감이 확확 넘치시는거 같은데
한국이나 여기나 그런 여자애들은 다 똑같다는 부류라는거 꼭 알아주시길.

아!!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동남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좋은 것 때문에(특히 술집 여자들에게)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쳐나서 
한국 여자들도 쉽게 현지처 만들 수 있겠거니 생각은 좀 하지맙시다.
당신네들보면 구.역.질이 나거든.



제발 하나만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나라역시 동남아보다 못살던 시절이 있었다고.
백년전도 아니고 딱 40년전으로만 돌아가도 동남아한테 쌀 원조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우리 제발 올챙이 적 시절 생각좀 합시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