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푹 빠져 열심히 보고있는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

[Battlestar Galactica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flingmedia]


몇천년후의 미래로 시간이 설정되어 있고 인간들은 새로운 12행성에서 살고있었으나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 사일론들에게 공격당해 행성을 버리고 조상별 지구를 찾게 된다는 얘기다.

기본 플롯만 보면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이끌어가는 내용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유일신, 다신관과 같은 종교 그리고 정치, 군사적 내용까지 다양하게 아우르며 사람을 푹빠지게 만드는 드라마.

그중 3시즌 후반부에 나오는 전범재판.

전 대통령이기도 했던 가이우스 발타는 사일론에게 협력 수많은 인류를 멸망시킨 혐의의 주인공, 즉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의 혐의는 참으로 다양한데 
1. 행성 보안시스템을 구멍으로 만들었다.(실제 사실이지만 물적 증거 없음)
2. 뉴카프리카에서 사일론이 재공격을 감행했을때 협박에 굴해서 사일론에게 협력함. 
3. 뉴카프리카에서 사일론과의 협력관계(앞잡이노릇)
4. 자신의 목숨 부지를 위해 다른 사람들들 사지로 몰아넣음. 특히 200명의 살생부에 사인한 일은 최악! 

이외에도 자신이 사일론에게 협력했다는 사실을 숨기기위해 한 많은 짓들은 함대 및 남아있는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도 꽤 있었다. (특히 환상처럼 등장하는 사일론-6호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며 함대를 위험에 몰아넣는 행동을 할땐 아놔....-_-;)

즉결심판에 부쳐 우주선밖으로 내던져버리고 싶음에도 불구,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기본 이념을 지키기 위해 재판을 선택한 현 로즐린 대통령과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함장 아다마 제독.

하지만 재판의 뜨거운 감자는 가이우스 발타때문에 인류의 대부분이 몰살당했다는 심증이 있음에도 불구, 물질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것.

그리고 결론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3:2 무죄 판결이 나게 된다.
'물증'이 부족한 사건을 심증, 즉 '증오심'이라는 감정적 증거로 유죄를 판결할 수 없으며 사일론과의 협력관계의 경우 다른 지도자였어도 어쩔 수 없다는 변호인단의 설득이 주효하게 먹혀든 것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전범재판.

[최상단 - 크메르루즈 재판, 중간 -  피고인 두치(본명 : Kaing Guek Eav), 하단 - 뚜얼슬렝(S-21)]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krtribunal/]


여기서 잠깐!
'폴폿 레짐'이라고 불리는 캄보디아 내전은 직접적으로는 75년부터 79년까지, 간접적으로는 90년대 후반까지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 공산주의의 한 분파인 마오이즘을 배운 폴폿과 그 측근들은 미국에게서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켰으며 집권 기간동안 최소 50만 최대 100만의 캄보디아 국민들을 학살했다. 
특히 지식인 및 정치인 상류층의 경우 최우선 측근대상이었으며 살해대상자 뿐만이 아닌 그들의 가족들까지도 고문, 살해해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그중 대표적으로 유명한 장소가 S-21 혹은 뚜얼슬렝이라고 불리는 감옥과 죄수들을 죽이던 장소, 킬링필드(캄보디아 말로는 '쩡악')이다. 
현재 열리고 있는 크메르 루즈 재판은 고문 및 살해 집행명령자인 두치 와 폴폿의 최측근 4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제NGO(비정부기구)들은 다른 연루된 사람들의 재판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지만 현 총리 훈센, 부총리 속안 등 대부분의 정치 관료들이 과거 크메르 루즈였던 경력이 있어 5명으로 재판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크메르루즈 재판은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재판과는 분명 다르다.

두치(본명 : Kaing Guek Eav)의 경우 자신의 죄를 시인하며 대부분의 증거들 역시 명확하다. 
다른 4인중 폴폿의 처제이자 폴폿정권의 권력넘버3였던 여죄수의 경우 약간의 치매끼가 있으며 자신은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저지른 대부분의 문서상 서류들이 증거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그들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차라리 배틀스타를 닮았으면 하고 생각되는 점도 있으니...

1. 너무 지지부진하게 느린 재판 속도
현재 전범들의 나이가 70대 혹은 80대까지 죄다 늙은 노인네들이다.
재판이 빨리 끝나서 감옥들어가도 죄값이나 제대로 치르겠냐 싶은 판국에 재판을 세월아 네월아 하고있으니 피해자들의 속은 정말 타들어가다 못해 재만 남았을게다.
폴폿의 경우 죄값도 안치르고 벌써 죽어버렸으니 희생자 가족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그런데 이 느린 재판 속도가 캄보디아 정부에서 고의적으로 하고 있는 짓이나 더더욱 속 터지는 노릇.

위에 말한대로 훈센 및 대부분의 정부 고위관료들 역시 크메르루즈로 활동하다 반군이 되어 나라를 구한 케이스다.
즉, 까면 뒤가 구리다는 거다.

자신들의 안녕을 생각하면 재판 따위는 안열려주시는게 최고 상책이겠으나 재판을 조건으로 유엔 및 다른나라들에게서 원조기금으로 받은 돈들이 있는 관계로 어거지로 재판을 진행시키는 상황이신거지.


2. 부정부패 의혹
뇌물 및 부정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는 크메르루즈 재판소.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증인으로 참석하길 거부하는 사람에게서 받았다는 얘기도 꽤 많고 재판비용으로 쓰라고 준 돈을 엄한 놈들이 채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몇백만불 이상이 소비된 크메르루즈 재판. 
현재 그만큼의 금액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국제 기구들은 그 돈을 또 제공할까?


3. 이성적이지 않은, 너무나 감정적인 희생자들
물론 친척이, 혹은 가족의 대부분이 몰살당한 희생자들에게 진정하라고 말한다는게 더 말이 안맞을게다.
그들은 모두 유죄를 부르짖는 사람들이다.
유죄가 아니라면 폭동도 일으킬 사람들이다.
배틀스타의 시민들처럼 무죄로 풀려났다고 해서 개인적인 복수만 꿈꾸는 너무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이성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만약...
내 가족이, 내 가까운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그일을 자행한 당사자가 무죄로 풀려난다면 
난 절대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없을것이다.
폭동에 쿠데타에 그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는 모든 데모에 참여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개인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복수를 계획하겠지.
 

4. 모두가 아니라면 누구도 처벌하지 말라. 혹은 일부라도 좋으니 처벌하라?!

...이게 가장 다른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에서 피고 변호인 '리 아다마'는 외친다.
우리는 이제 문명화된 시민이 아니라 갱이되었다고.
적법한 증거없이 '증오심'으로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갱이라고.
우리 모두가 저지른 실수들은 제독에게, 혹은 로즐린 대통령에게 용서받음으로서 정당화되었고 무죄가 되었지만
전 대통령의 죄는 그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기에 유죄가 되고있다고말이다.

그의 말은 모두가 같은 죄로 심판받지 못한다면 그역시 심판받지 못한다이며
그말은 죄없는 자만이 이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그 유명한 성서의 귀절과도 통한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전체를 처벌할 수 없기에
일부만 처벌함으로서 그 사태를 덮으려고한다.

실제 크메르루즈에 가담한 사람을 모두 재판하는 것은 불가능과 같다.
현 고위관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부터가 크메르루즈에 몸담다 회의를 느껴 반군을 조직한 사람들이기 때문.

그 모든 사람들을 재판에 회부하려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처벌없이 희생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불가한 바 결국 절충안은 '가장 핵심 인물 일부만 처벌하자'가 된 것이다.

과연 이게 맞는걸까?
모두 다 처벌받아야 하나?
그게 안된다면 모두 다 처벌받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일부만 처벌받음으로써 민중을 달래야 하나?


정치인이 아닌 나는,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인 나는 몇번에 동의하는가?






P.S!!! 
드라마와 실제 일어나는 재판을 비교한다고 해서 제가 크메르루즈 재판을 가볍게 본다거나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단 0.0001%도 없습니다. 다만 드라마를 보다 든 생각을 적은 내용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크메르루즈 재판이 빨리 끝이나서 피고인들이 단 하루라도 정당한 죗값을 치루고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P.S_1 
...단순하게 드라마보다가 괜히 똥폼만 잡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