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번달에 다녀온 태국여행조차도 못끝내놓은 주제에
웬 새로운 글이냐 라고 질타하신다면 할말 없습니다만.
..그나마 요녀석은 여행다닐때 일기를 썼던게 있어서 베껴쓰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 여행기는 부족한 기억력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데 사진은 어디있는지 기억나지 않고!ㅜ.ㅜ

시작전 덧글 하나.
이번 여행기는 일기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쓰기 때문에 존댓말이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뭐 그렇다고 다른 여행기에서 존댓말을 썼냐면 딱히 그렇지도...;;;)

시작전 덧글 둘.
아무래도 작년 5월~8월까지 썼던 일기니 만큼 현 시점의 내가 다시 주석을 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         ]" 안의 내용들은 2008년 현재 제가 다시 주석을 다는 내용부분입니다.



2007년 5월 12일

[가계부]
아침 : $2
툭툭대여 : $4
점심 : $2.5
앙코르왓 입장료(3일) : $40
방값 : $6
저녁 : $2
발맛사지 : $4
간식 : $0.5
맥주 : $5
국제전화 : $3
기타등등 : $5.25

...첫날 돈을 이것저것 많이 썼더니 아직까지 지정예산에서 마이너스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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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
우리에게 너무도 갑자기 나타난 신비한 유적.
그 웅장함과 화려함, 신비함으로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곳.
나는 그곳으로 간다.
<무채색의 앙코르왓과 대조적인 푸른 하늘>

<앙코르왓 내부의 벽화중 한곳. 어느쪽의 벽화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아마도 '우유바다' 신화 부분인 것 같다.>

앙코르왓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 명성에 비해선 내 상상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주 : 저는 그때만해도 앙코르왓이 제일 바깥의 1중심만을 말하는 줄 알고있었습니다. 2,3중심이 앙코르톰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저런 멍청한-_-;; 생각을 한것입니다. 실제로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려고 마음먹으면 앙코르왓에서만도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나를 매혹시키기엔 충분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과거와 마주한 채 현재를 음미하는 기분이란...!!

앙코르왓[주 : 앙코르와트 라고도 부르고 앙코르왓 이라고도 부릅니다. Ankor Wat 을 한국어로 쓰는것이니 어느게 맞고 어느게 틀리다 할 필요는 없겠죠? ^^]에대해 아무리 많이 들어보았다고 해도 실제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돌의 냄새.
부드러우면서도 까칠한 사암의 질감.
빛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모든 조각들. 돌. 느낌.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함쳐져야 진정한 앙코르왓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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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기라더니 비가 자주 내린다.
고즈넉한 비가 내리는 앙코르왓.
조용한 사원 구석에 앉아 눅눅한 비냄새와 돌냄새를 느낀다.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나는 이곳에 매료되어 버렸다.

<비오는 앙코르왓안에서 한컷. 몇백년전 과거에도 비는 이렇게 왔겠지?>

<앙코르왓 내부. 왼쪽에 있는 조그만 건물은 '도서관' 이라고 이름붙여졌는데 실제는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신전에 필요한 제기 및 물품들을 놓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주 : 잠시 어설픈 앙코르왓 설명]
앙코르왓은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실제 앙코르왓은 몇차례의 문을 지나야 시작되며 구조물은 1중심,2중심,3중심으로 또 한번 나뉘게 되는데요, 제일 중심의 큰 탑을 사각의 벽이 2번 둘러싸고 있는 구조이며 사각의 벽면에는 힌두신화와 크메르왕조때의 역사를 조각해 놓았습니다. 힌두신화를 잘 모르면 벽화를 봐도 이해가 잘 안되더라구요...설명도 다 어려운 영어로 되어있고^^;;

1중심, 2중심을 지나 가장 중심부의 탑은 왕과 일부 신관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하며 아무나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을 굉장히 좁고 높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신을 공경하라는 의미로 그랬다는 말도 있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게 특정의 선택받은 사람만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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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 안의 최중심에는 왕과 승려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 사원이 있다. 신을 모시기 위한 신성한 사원이라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하기 위해 계단을 가파르고 높게 만들어놓았다! 내 발사이즈가 235mm인데 내 발이 계단보다 크고 높이또한 한칸에 50cm는 족히 넘겠다.

그런데 앙코르왓의 매력에 너무 빠져 잠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나는 겁도 없이 비때문에 아직은 미끄러운 중심사원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경사가 너무 가파른데다 또 계단폭은 얼마나 좁은지 발하나 삐끗해서 미끄러지면 바로 황천길이다. 

사원 정상(?)에 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무모한 짓을 저지른건지 깨달았다.
이런 제길. 밑이 까마득하다!!!!
고소공포증때문에 바이킹, 청룡 열차 하나 못타는 내가 자진해서 이곳을 올라왔으니 이건 미친 짓이다. 옛날 중학교때 보충수업 한번 땡땡이 쳐보겠답시고 2m짜리 담 타넘는것도 고소공포증때문에 포기했던 나였는데 이건 도대체 뭥미?!!!!!

허걱! 비까지 다시 추적추적 내려주신다.
무서워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움직일 수가 없다.
중심사원의 경우 내려가는 계단옆에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지만 경사가 가팔라 절대 만만치가 않다.

결국 일어날 용기가 없어서 제일 꼭대기 계단에서 엉덩이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비때문에  바지의 엉덩이부분은 계단2개를 내려오고 나니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나마 그것도 잠시, 너무 겁이 나서 내려가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등등 모든 생각나는 신을 찾고 있는데 내 앞에 내려가던 여자분이 말을 걸어주셨다.
신이 나를 도우셨다! 한국분이다!!
그분은 내 상태가 심각한 걸 아시곤 내 물통을 받아주셨다. 그러자 내 뒤의 외국인 남자가 내 나머지 짐들을 자기가 들어준단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한발자국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나....둘.....셋......
한계단씩 내려갈때마다 내가 미끄러지면 나올만한 신문 기사들이 떠오른다.
"캄보디아 앙코르왓을 방문중이던 한국인 배낭여행자 박모씨 발을 헛디뎌 사망. 원인은 고소공포증으로 밝혀짐" 

....이런 말들이 머릿속에서 수백번쯤 맴돌때 즈음 나는 드디어 거국적인 지상으로의 첫발을 내딛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고있다ㅜ.ㅜ

뭐....웃은들 어떠랴. 최소한 나는 내 공포심을 이겨냈다. 2층, 3층높이에서 밑을 봐도 현기증이 날만큼 고소공포증이 심한 내가 최소 10층 아파트 높이에서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손잡이(?) 하나만 잡고 미끄러운 계단을 내려왔다는건 내 임계점을 넘은 대단한 '극기'인셈.
<사원 정상(?)에서 찍은 사진. 실제로는 더 까마득하다..ㅜ.ㅜ>

저녁엔 레드피아노 맞은편의 라이브바에 갔다.
The table이었나....?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아! 바에 가기전 내일 혼자 앙코르왓을 구경하기 위해 툭툭기사를 예약했다. 
젊고 착하게 생긴 툭툭기사다. 때도 거의 안묻어서 흥정이 쑥스러울 정도였다^^;
앙코르왓 투어는 small tour, big tour 로 나뉘는데 난 small tour를 신청했다. $7로 합의를 봤다.[주 :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비쌀 듯 싶네요...한국분들이 좀 후하게 쳐주는데다 팁도 잘주고 해서 이제는 그가격에 간다는 툭툭기사들이 거의 없을듯...] $6로 해도 무난할거 같았는데 그냥 7달러로 합의.

툭툭기사를 예약하고 발맛사지도 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들도 샀다.
발맛사지를 받고나니 하루의 모든 피로가 싹~ 풀리는것같다. 너무 시원하고 좋다.

The table의 라이브는 꽤나 흥겹다.
필리핀 밴드가 연주하는것 같은데 사람들이 잘 아는 올드팝 종류로 꽤 오랜시간 라이브를 한다.
자기들끼리 심취해서 열심히 즐기면서 연주하는걸 보니 앙코르비어를 시켜놓고 우리도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캄보디아의 아름다움에 취한다.

시엠립의 외국인 바 중심인 Wat Pho거리는 계속 발전중이다.
아직은 고즈넉해서 평화롭지만, 몇년안에 카오산처럼 변할 것 같다.
카오산의 분위기도 좋지만 왓포거리는 지금이 더 좋다.
이래서 여행은 매번 다르고 더 개발되기 전에 해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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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송아저씨가 캄보디아 보다 더 순수한 나라가 라오스라고 해서 다음 여행국은 라오스로 정했다.
착하고, 순하고, 나만 보면 예쁘다는(여기 한달만 있으면 완전 공주병 되겠다.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평범한 내가 여기선 어찌나 절세 미녀 대접을 받는지...^^;) 캄보디아의 매력에도 취하는데 라오스는 얼마나 더 나를 매료시킬까?

하지만 라오스부터는 나 혼자의 여행이니 방심은 금물.
나 자신을 다스리고, 기분을 한단계 다운시키라는 말과 긴장을 풀지말고 즐기되, 상식적으로 행동하라는 무송아저씨와 윤정언니의 말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