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번달에 다녀온 태국여행조차도 못끝내놓은 주제에
웬 새로운 글이냐 라고 질타하신다면 할말 없습니다만.
..그나마 요녀석은 여행다닐때 일기를 썼던게 있어서 베껴쓰기만 하면 되고!
나머지 여행기는 부족한 기억력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데 사진은 어디있는지 기억나지 않고!ㅜ.ㅜ

시작전 덧글 하나.
이번 여행기는 일기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쓰기 때문에 존댓말이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뭐 그렇다고 다른 여행기에서 존댓말을 썼냐면 딱히 그렇지도...;;;)

시작전 덧글 둘.
아무래도 작년 5월~8월까지 썼던 일기니 만큼 현 시점의 내가 다시 주석을 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         ]" 안의 내용들은 2008년 현재 제가 다시 주석을 다는 내용부분입니다.



2007년 5월 10일

......아침부터 스펙타클하다-_-;;

난 정말 사고뭉치 대마왕이다.
하루라도 안치면 입에 가시라도 돋는건가 싶을 정도다.

캄보디아로 출발하기 위해 7:20분까지 무송아저씨 부부를 람푸하우스 로비에서 만나기로 해서 7:00에 일어났다.
세수하고 짐챙기고나니 [난 배낭여행자 치고는 작은 배낭을 메서 초반엔 항상 짐싸는게 빡빡했다] 벌써 20분이 지났다. 후다닥 로비로 내려왔는데...어라? 두분이 안계신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7시 25분이 되었는데도 오시질 않아 혹 내가 늦었나 싶어 여행사로 가봤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무송아저씨 커플도 오시질 않는다.

'호곡.....설마....나 버려진거야?ㅜ.ㅜ'
불안하고 의심에 빠져 여행사에서 다시 람푸하우스로 돌아가던 중 신실한 불자로 보이는 한국인 아주머니를 또 마주쳤다.
편의점이나 다른곳에서 두어번 마주쳤었는데 한국인임을 알아보시곤[주 : 딱 10일뒤부턴 누구도 저를 한국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_-;;;;;;] 친절한 미소로 "안녕하세요"라고 항상 먼저 인사해 주셨던 분이다.
오늘 역시도 그 불자분께선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 라고 인사를 해 주셨고 나는
"캄보디아를 가야하는데 버스가 안와요ㅜ.ㅜ" 라고 불안한 음색으로 대답을 했더랬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선 "아직 버스올 시간이 안되서 그래요. 버스는 7시는 되어야 와요" 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응?! 7시?

이게 무슨소린가.
내시곈 분명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사고를 친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_-;

나 : 저....혹시 지금 몇신가요....?
불자님 : 6시 40분이예요^^

허거걱!
시계를 다시 쳐다봤다.
.......내 망할 디지털 시계는 어떻게 된일인지 "Summertime" 모드로 돌아가있었고 그 덕분에 한시간이 더 땡겨진 상태로 시간이 표시된 것이었다!!!! (분명 이것도 내가 어떻게 조작을 잘못해서 나온 결과일테지만) 즉 지금 시간은 7시 40분이 아닌 6시 40분.ㅜ.ㅜ

에휴......난 그것도 모르고 무송아저씨네 부부한테서, 그리고 여행사에게서도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던거다.

이눔 사고대마왕 고냉...ㅠ.ㅠ
해외에 와서까지 어리버리하다 큰일날라고!!!
정말 정신 좀 챙기고 살자! 응?


.
지금은 밤11시.
드디어 캄보디아 시엠립에 도착했다.
.
캄보디아 비자를 만들 때 역시나 악명높은 캄보디아 이민국 관리들이랑 실갱이를 했다.
아니, 이 전 얘기부터 해야겠다.
7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8시즈음에 카오산에서 출발.
미니버스가 아닌 VIP 에어컨 버스라서 무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때 떠오른 태사랑의 글귀. '에어컨버스는 추우니 얇은 가디건을 챙겨가세요~'
이 생각이 떠올랐을땐 벌써 짐은 짐칸에 나는 좌석에-.-
체념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별로 춥지 않다. 딱 좋다.

얼마나 지났을까 방콕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보인다.
포장된 고속도로 밖의 꾸밈없는 태국인들의 삶도 보인다.
2차선이긴 하나 잘 닦인 고속도로위에서 버스는 씽씽 달렸다.

깜박 잠이 들었나 했는데 국경도시 아란야쁘란텟 근처에 다 왔다는 가이드의 말.
'우와~드디어 버스에서 내리는구나~'하고 좋아하고 있던 것도 잠시, 버스가이드가 갑자기 승객중 흰색표를 산 사람들은 지금 무조건 다 내리란다.
주변은 허허벌판에 방갈로만 하나 덩그라니 있다.
그래도 건물이랍시고 '사이암 리조트'란다 이름한번 거창하다.

아니 그건 그렇고 바로 코앞에 국경을 두고 왜 흰색 티켓을 가진 우리만 내려야하나?
파란티켓을 산 사람들은 가만히 놔두면서!
열받아서 버스가이드한테 따지듯 물으니 버스안에 두여행사의 손님들이 타서 그렇단다.
즉, 흰색티켓은 A여행사, 파란티켓은 B여행사 손님이란 소리.
아니 그럼 흰색 티켓 산 우리는 여기서부터 국경까지 걸어가란 소리?

황당해하면서도 흰색 표를 가진 사람들 모두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버스가 떠났다.
내배낭-!!!!!!!!!! 최소한 그건 주고가야지 이 야박한 놈들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무송아저씨네와 방갈로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아저씨 말씀이 4년전 자신이 캄보디아 넘어갈때 잠시 내려줬던 그 장소가 바로 여기란다.
캄보디아 국경에 도착하기 전에 비자 대행 서비스를 하라고 꼬신 뒤에 그 커미션을 먹기 위해서 이러는거란다.

말끝나기가 무섭게 심술궂게 생긴 아저씨가 조악한 비자 신청서 하나를(신청서 한장을 수백장으로 복사한) 주고 쓰란다.
우선 썼다.
가격이 수수료 포함 1500밧이란다. 약 45달러인 셈이다.
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커미션이다. 여행자 1달 비자가 20달런데 25달러가 커미션이라니..!

안한다고 튕겼다.
응?! 근데 그냥 간다.-.-  다행이다.^^;

버스가 30분뒤에 돌아오겠다고 해놓구선 결국 1시간 뒤에 왔다-.-
버스에 올라가니 자리도 그대로고 사람들도 그대로다.
눈치로 봐선 파란표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비자 대행소(?)로 데려간 것 같단다.
결국....수수료 25달러 벌려고 우리를 한시간이나 길거리에 기다리게 한 셈.(뭐 1인당 2만5천원 수수료면...짭짤하긴 하겠다ㅋ)


.
드디어 고대하던 캄보디아 국경.
역시나 배낭여행이 초행인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얼굴에 '나 초보예요' 써붙인 표정으로 무송아저씨와 윤정언니만 죽어라 따라갔다.

어찌어찌 어리버리하게 태국 국경을 넘고 드디어 캄보디아 비자발급소에 도착, 출입국 카드를 작성했다.
태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잘사는 나라에 속한다더니 빈부격차가 심한가보다.
딱 금하나를 기준으로 태국쪽은 그나마 깨끗하고 캄보디아는 어디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다.
비자발급소 역시 에어컨 하나 없고 문도 없는 시골 버스정류장 분위기다. 벽에 걸린 선풍기 두어대가 환풍시설의 전부다;;

출입국 신청서를 다 적었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부패 관리놈들이 비자신청을 빨리할려면 수수료 1인당 200밧(6달러정도)씩을 내야한다는거다.
무송아저씨가 '우리는 캄보디아가 2번째 방문이라 비자신청료 및 방법을 다 꿰고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냥 똥배짱이다.
무조건 돈을 달란다.

우리는 관리 뒷돈으로 들어가는 수수료따위는 주기가 싫었다.
그래서 비자신청 빨리 안해도 된다고 천천히 해달라고 여권을 맡겼는데
참나...여권을 받지도 않는다.
완전 우리를 생까는 분위기로 일관하다 한번씩 돈달라고 툭툭 한마디씩 던진다.

그렇게 30분? 1시간쯤 그 더운 곳에서 실갱이를 계속 하고 있는데 [그때 우린 아예 될대로 대라는 식으로 배낭이고 뭐고 땅바닥에 다 내려놓고 편하게 자리 펴고 앉아 한번 해보자는 식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우리 버스기사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다 비자를 받고 버스안에 있는데 우리 셋만 남아있으니 우리를 데리러 온거다.
어찌나 반갑던지!
솔직히...비자대행하라고 이상한데다 툭 떨어뜨려 놓고 갔을땐 많이 얄미웠었는데 국경에선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것처럼 반가웠다. 하하
버스기사에게 우리 사정을 설명하자 버스기사는 그 경찰과 몇마디를 쏼라쏼라 했고, 경찰은 우리 여권을 갖고 오토바이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디로? 비자신청소로!! ㅋㅋㅋㅋㅋ
[주 : 2008년 현재의 경우 요눔의 관리들이 약아선 절대 25달러 미만으로는 비자를 안내어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달러가 아닌 바트로만 받는다는 말도 있던데...전 그때 복수비자가 있어서 잘 모르겠구요. 다른 국경 꼬꽁Koh Kong의 경우 바트로만 받으며 무조건 천밧내라고 합니다]

무사히, 그리고 추가비용없이 비자를 받고 시엠립 행 버스로 갈아탔다.
아까 버스탔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버스에 역시나 같이 탄다.
어린 캄보디아 소년이 한국말로 말을 건다.꽤 잘한다.
자기 이름은 "코브라"라고 자신을 소개한뒤 자기가 아는 한국말로 들이대며 한국어 실력을 자랑스러워한다. 혹시나 했는데 얘가 우리 버스가이드란다.

<우리버스 가이드 코브라>


시엠립까지 가는길은 길이 험할거라며 흔들림이 많은 차는 무조건 앞에 앉으라는 무송아저씨의 말에 잽싸게 맨앞 자리를 맡았다.
내가?
아니.
윤정언니다^^;

태국국경에서 시엠립까지의 도로가 엄청 안좋다는 얘기는 들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국경에서 시엠립으로 오는 길은....길이 길이 아니다ㅠ.ㅠ
붉은 비포장도로(?) 아니, 도로라고 말할 수도 없는 2차선 시골길은 폭격을 맞은듯이 여기저기 땅이 푹푹 파여있고 20년은 족히 되어보이는 한국산중고버스는 70년대 한국길인양 달렸다.
게다가 5월-11월까지는 동남아시아의 우기라서 한번씩 퍼붓는비때문에 길은 더욱 더 험해졌다.

<뽀이뻿(Poi Pet) 시엠립(Siem Riep) 가는 길>

그런데 앞자리에 앉아서 가니 다른건 모르겠는데 이눔의 코브라 녀석이 자꾸 들이댄다.
에어컨이 추우면 자기 옷을 주겠다고 하지 않나, 원한다면 자기가 내일 관광을 시켜주겠다고 하질 않나....아주 난리다.
인기가 좋은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다가도 여자혼자 여행해서 쉬워보이는거 같아 긴장도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버스는 계속 달렸다.
앞좌석에 있는 우리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뒷좌석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더라.

약 3시간의 악몽같은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휴게소 겸 식당에 도착했다.
어떤 음식이 맛있을지 몰라서 무송아저씨 윤정언니가 시킨걸 따라 시키고 난 내 비장의 무기 "김치"를 꺼냈다.
밥한숟가락과 김치를 먹었을때의 그 황홀함이란....!!
정말 '하느님 한국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김치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라는 감격의 말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시장이 반찬인데다 김치까지 있어서 식사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저녁식사중 코브라가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한다. 싸고, 깨끗한 새거란다.
긴 여행길에 지친 우리는 숙소를 보고 웬만하면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

.
마침내 시엠립 도착!!!
앙코르왓의 도시답게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앙코르와트를 표시하는 글씨들이 보인다.
그리고 눈에 익은 한글들도 보였는데 90%이상이
노래방, XX가든, 식당, 클럽......-_-;

한국인 관광객에게 젱딜 유명하다는 평양냉면집을 찍어두고 코브라가 선전하던 게스트하우스에 내렸다.
아니,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버스를 아예 그 게스트 하우스 마당에 세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외로 방이 괜찮다. 아니 가격대비 훌륭할 정도다.
하루 5달러인데 트윈베드, 티비, 욕실이 함께 딸려있으며 따뜻한 샤워까지 가능했다!!!
게다가 새 게스트하우스라 굉장히 깨끗했고 방도 무지하게 컸다.
흡족한 우리는 여기에 하룻밤 묵기로 결정~

땀과 먼지로 뒤덮인 몸을 씻은 후 내 비장의 무기 No.1 소주와 No.2 김치를가지고 무송아저씨 부부네 방으로 향했다. 첨엔 한잔씩만 하자던 것이 무송아저씨네 여행 에피소드와 초보 배낭여행자에 대한 충고를 듣다보니 김치 3통과 팩소주 2~3개를 다 비웠다.

무송아저씨와 윤정언니(두분 동갑인데 왜 난 무송아저씨는 아저씨, 윤정언니는 언니로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프리카 여행동호회 정모에서 만나 제작년 결혼하셨단다.
사이가 너무 다정해보인다. 부럽다ㅠ.ㅠ

두분의 아프리카, 인도, 네팔 여행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시간가는줄 몰랐다. 너무 재미있었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행복하게 살라는 두분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분은 두분의 신념대로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계셨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해보고 싶은 의욕도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