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짧은 바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양곤으로 돌아온 우리들.
옛날처럼 좀 넉넉한 일정에 배낭하나 지고 여유롭게 움직였으면 좋겠지만 
직장에 메여있는 나이들인만큼 그 희망은 아주 달콤한 꿈으로만 남았다.


몇일 눈에 익었는지 다시 방문한 양곤은 설익은 여행자들에게도 친숙해 보였다.

떠나려하니 많은 에피소드들이 기억난다.


오래된 성당 사진 찍으려다 무지하게 쏟아지는 장대비에 성당안에서 속수무책으로 신자들과 갇혀있었던 양곤에서의 오후

저녁 6시 이후에 시 전체가 정전이 되서 깜짝 놀랐지만 순수하게 웃어주던 미얀마 사람들 덕분에 안전하게 별구경 실컷하며 걸었던 양곤의 저녁

사원보러 갔다가 발바닥에 물집잡히고 결국 남친 등에 업혀서 내려온 만달레이의 절벽 사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태국 아유타야로 아유타야에서 미얀마로 수출(?)된 역사적인 부처님상들

오래된 티크목 사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수백마리 박쥐들과 그녀석들과 공생하고 양보하며 사시던 넉넉한 마음씨의 미얀마 스님들

가난하지만 솜씨만큼은 그 어느 사람보다 많았던 곱사등이 화가와 그의 아내

그리고 우리를 향해 물을 뿌리며 항상 행운을 보내주던 환한 웃음의 미얀마 사람들....그리고 사람들....사람들. 결코 잊지 못할 순수한 미소들.




여행기를 적으며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미얀마가 다시 생각나
여행을 두번 한 느낌에 행복하기까지 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누구든 폼나게 가방 하나 들고 해외에 나가서 느긋하게 잠도 푹 자고, 하루종일 아무 것도 하지않고 뒹굴돼 보기도 하고,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앉아 읽고싶었지만 선뜻 손을 못댔던 책도 신나게 읽어보고,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맥주 한캔 시켜놓고 내 지난날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지는 그런 여행을 꿈꾸겠지.

그 중 누군가는 그 꿈을 부러워만 하고
그 중 누군가는 그 꿈을 외면하고
그 중 몇몇은 그 꿈을 이루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누군가가 아닌 '그 중 몇몇' 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미얀마의 미소를 닮은 티크목 사원의 석상을 마지막으로 미얀마 여행기를 끝내려 합니다.






안녕 미얀마
고마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