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온만큼 미얀마의 특색있는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그 중 눈길을 끌던 미얀마 전통 방식의 그림.
물감에 고운 모래를 섞어 사원의 벽화를 한번에 따라 그려내는 탱화는 빨거나 다려도 그림이 퇴색되지 않는다며 상인들이 자주 꺼내들던 기념품이었다.

신기하고 오묘해 꼭 갖고싶었지만 토산품점의 그것들은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졌다. 
급히 그려내서 많이 팔아야 해서 그럴까? 
뭔가 2% 모자란 토산품의 그림들은 잡았다가 놓고 돌아나오곤 했었다.


그렇게 재고 재다 산 그림 한 점.



내가 그 화가 부부를 만난 것은 아주 작고 조용한 스투파에서였다.
미얀마 현지 관광객들도 잘 찾지 않는 작고 조용한 사원에서 곱사등이 화가는 그림을 그렸고, 아내는 그를 도와 물감을 개고 물을 갈았다.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유명한 사원들은 힘센 장사치들에게 밀려 관광객도 오지 않는 작은 사원에서 그림을 그린다던 부부는 첫눈에도 바싹 말라 살림이 넉넉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하루종일 그려도 한점 팔기도 힘든 조용한 사원에서 그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바싹마른 몸에서 그려내던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래서 화가와 대조되던 그의 그림.
신이 곱사등이 사내의 장애를 불쌍히 여겨 그 장애를 넘을 수 있는 그림솜씨를 주셨던게 아닐까 싶었다. 
미술 정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서툰 영어로 말하던 그 화가는 거의 다 지워져 희미한 흔적만 남은 탱화를 붓칠 몇번으로 완성해냈다. 

스케치 없이 단박에 즉석에서 세개의 머리를 가진 코끼리와 신화의 인물들을 그려내던 그.
그리고 그를 묵묵히 도우며 예쁜 미소를 짓던 수줍은 아내.


우리를 만나 그림을 팔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며 거듭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내민 단돈 $25가 부끄러웠다. 
내가 깎아서 산 이 그림의 가치는 분명 25불은 훨씬 넘을텐데 관광객의 알량한 흥정심으로 그의 몇일 끼니를 날려버린 셈이었으니.... 게다가 다음 관광객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작은 사원인데......


지금도 그림을 볼때마다 내 철없음이 떠올라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그림을 15분만에 밑그림도 없이 바로 그렸다는게 믿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