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얀마를 여행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1년의 가장 큰 행사인 '물축제-Water festival'기간이었다.

그 구경하기도 쉽지않은 축제 시기에 딱 맞춰 여행을 하는데 '왜' 공교롭다 라는 단어를 썼냐고?

훗, - _-
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물축제는 미얀마의 최대 명절이다.
1년중 한번있는 이 축제에서사람들은 자유로워지고 평소 억압되어있던 행동들을 표출하며, 상대에게 물을 뿌리며 상대방의 복을 기원한다.

그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색깔치고 밑줄쳤으며 강조까지 한 '물을 뿌리며' 되겠다.

자 여기서 문제 나갑니다~

문제 1: 평소 보기 힘든 외국인 관광객+1년에 한번 있는 물축제의 결합은?

정답 1: 무한 물세례!!!(...라고 쓰고 OTL이라고 해석한다)

문제 2: 그렇다면 20대 백인 남성, 20대 동양인 여성 중 누구에게 더 많은 물세례가 쏟아지는가?

정답 2: 20대 동양인 여성!!!(...라고 쓰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이라고 해석한다ㅠ.ㅠ)


....그렇다.

평소 적은 외국인 여행객 중에서도 '20대+동양+여성+여행객'은 게임으로 말하자면 '초 희귀 레어 아이템' 수준이었던 것.

+
참고로 미얀마를 일주일정도 여행하며 본 외국인 여행객의 총 수는 50명내외, 
그 중 동양 여자?
나 하나였다.
얼마나 많은 물세례가 집중되었는지 대충 감이 올듯....ㅠ.ㅠ

아래는 미얀마 물축제의 광경들.
큰 도로에는 아예 기업 협찬하에 부스까지 설치해서 물을 뿌린다.




흠흠...
아무튼;;;

바간을 가기 전 비행기 시간이 반나절 남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티크목 다리라는 'Old Teak Bridge'를 구경하기로 했다.

만달레이에서 좀 떨어진 Amarapura 라는 곳에 위치한 티크 목 다리는 왕복 2인용밖에 안되는 좁지만 긴 다리였고 물축제를 맞아 놀러온 온 각지의 미얀마 사람들이 행운을 빌러 다리위를 건너고 있었다.



...그때 나의 험난한 여정을 예견했었어야 했다.

'좁고 긴' 의 숨겨진 의미를 빨리 깨닫고 발을 내딛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리위에 올라선 우리는 딱 5초뒤부터 '여긴 오는게 아니었어!!'라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아니나다를까
폭풍처럼 쏟아지는 물세례들!!!!!

길거리였으면 도망이라도 갈텐데 사람들이 가득찬 왕복 2인용 다리에선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
(훗 말은 이렇게 하지만 왕복2차선을 대각선으로 질주, 나한테만! 물을 뿌리고 가는 미얀마사람들에겐 도저히 도망갈 구석이 없더라;;;)

내 앞뒤로에서 쏟아지는 물들과 맞은편에서 꾸역꾸역 걸어오는 모든 미얀마 사람들에게서 쏟아지는 물들......

혹여나 나를 못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에겐 주변 미얀마 사람들이 친절하게 나를 손가락질 해주는 센스를 발휘, 결국 행운의 물을 뿌려주시게 만들어주셨다.ㅠ.ㅠ



....내가 그날 다리위에서 맞은 물만 합해도 분명 로또가 한두번이 아닌 수십번치 분량의 물이다.

로또 당첨?

훗.....당첨되었다면 이번달 카드값따위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 _ㅠ

그만큼 행운을 불러준다는 물이라면 차라리 뿌리면서 번호라도 하나씩 찝어주지 그랬니 얘들아ㅠ.ㅠ




아름다웠지만
경치보단 '축축함' 밖에 기억이 안나는 'Old Teak Bridge' 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