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의 배낭여행 아닌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4개월은 실제 여행이었지만 나머지기간은 걍 캄보디아에 눌러있었을 뿐) 사람들의 반응은

"와...대단하세요"
"용감하시네요!"
"젊은 여자 혼자서 어떻게..!"

뭐 대충 이런 반응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나는 절대. Never!!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용감한 사람이라 함은 뭐 이런거 아닌가?

* 학교다닐때 선생님한테 맞는걸 두려워하지 않는 깡이 있다
* 목표를 하나 세워놓으면 니가 죽든 내가 죽든 한번 해보자 하는 오기가 있다
* 그것도 아니면 기가 세다
* 겁이 없다(공포 영화 및 호러물들을 잘 본다던가...뭐..)




..난 여기서 한가지도 해당 안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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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가 때리는 건 좋아해도(?) 맞는건 절대절대 싫은 사람이다.
학교다닐때 선생님한테 맞는게 싫어서 요리뺑 조리뺑 끝까지 피하는 타입쯤 되겠다.

그리고 혼나는 것도 굉장히 싫어한다.
아니, 싫은게 아니라 무서워한다는게 맞는 표현이겠다.
털털한 것처럼 대범한 것 처럼 보여도 남한테 질책받고 꾸중듣는 걸 굉장히 무서워하고 상처도 잘 받는 편이라서 솔직한 충고 듣는것 조차 무서워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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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그런건 더 찾아보기 힘들다.
지는건 싫어하면서도 힘들고 귀찮으면 용두사미처럼 꼬리를 내리는 나다.
처음 시작한 일 진득하게 붙어 끝내는게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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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세다?
뭐..남자들이랑도 편하게 잘 어울리고 술자리도 좋아하고 털털한 성격이라 남들이 봤을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안다.
이런 사람들이 속이 더 여리다는 걸.
실제로 나....잘 삐지거나 속좁게 팩팩대면서 흥흥거리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생각외로 소심하다-.-;;
사람들이 친해지고 나면 정말 의외라고 생각하는 점이 나한테 소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인간관계에 대해선 '이말을 했을때 이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 나다.
인간에게 심한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실제 학창시절 대부분의 기가 센 여자들은 내숭잘떨고 애교도 잘부리던, 하지만 여자들앞에선 그 얼굴 표정이 180도 달라지던 애들이었다.

만약 내가 정말 기가 세면 그놈의 '도' 전도사 분들이 나한테 말이나 걸겠냐고.
왜 유독 나한테 와서 선량한 오오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지 모르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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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없다?
나...귀신 무서워서, 그리고 놀래키는 장면이 무서워서 공포영화 하나도 못본다
나랑 공포영화 같이 봐본 사람들은 영화가 무서운게 아니라 내가 무섭단다.
너무 기겁하면서 놀래서 옆사람이 더 놀랜다나;;;
게다가 한국온 뒤 한달동안 변태만 3번 만났더니 이젠 누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만 느껴져도 하나같이 변태같다. 무슨 피해망상증 환자도 아니고...
밤에는 도둑들까 무섭고 (집에 여자만 사는지라..^^;) 길거리는 변태가 무섭고... 하여간에 무서운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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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사람들이 신기해 하며 하는 질문
"그럼 어떻게 여행을 했어요?"

...뭐...
꼭 용감해야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욱!' 하고 저지르는 성격만 있어도 여행은 가능하다.
내 경우도 소심하게 계속 망설이다
무작정 비행기표부터 지르고 모든게 시작되었다
(여권도 비행기 표 예약 후 부랴부랴 만들었다)

모든 일은 마음먹고 실행하기까지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실제 정말 시작하고 나면 어떤 일이든간에 어떻게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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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결국
여행은
용감한 사람들이 한다기보다는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사람들이 더 잘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