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공화국을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면 순박하고 정많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지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런데… 과연 조지아에는 인심좋고 정많은, 순박한 사람들만 살고 있을까?


2014년 2015년 내 경험을 기준으로 대답한다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조지아 공화국,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는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나라들이다.

그 중 조지아 공화국의 경우 역사적인 배경으로 살펴보자면 러시아, 터키, 이란 사이에서 발발한 침략의 역사가 길고 그로인해 남자가 가정의 기둥으로 가정을 이끌고 보호하는 성향이 짙다.


조지아의 유네스코 유산 중 메스티아의 중세식 가옥을 예를 들면 이들 가옥들은 탑형 가옥으로 침략자들에게서 식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높고 뾰족한 탑을 만들어 전쟁시 식구들을 피신시키곤 했다. 또한 전투를 치르게 되면 보복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가족 구성원을 다 죽였다고 하니 이들의 삶이 강한 남자에 좌우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수긍이 간다.


호전적이고 정열적인 이들 특유의 성정도 마초적인 문화에 한 몫 하리라.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성격들이 화끈한 경우들이 많고, 선천적으로 강한 체력을 타고 나는데 그래서인지 레슬링, 유도, 역도와 같은 힘이 필요한 스포츠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다.


한국의 60-70년대 같은 보수적인 조지아 성문화도 가부장적인 문화에 축을 이룬다.

조지아 공화국은 10대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결혼을 할 정도로 결혼이 이르고 남성의 경우 성관계에 관대하지만 여성의 경우 처녀성과 순결이 존중받는 문화가 남아있다. 한국의 60년대 70년대와 비슷한 문화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지아를 여행하는 나이 많은 여성여행자, 단체여행자, 남성여행자의 경우 대부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여행하며 다시 돌아오고 싶은 여행지, 한달살기 하고싶은 나라로 조지아 공화국을 꼽는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젊은 여성에게는 아름답고 좋은 나라이지만 조심이 필요한 나라 라고 조언하고 싶다.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조지아공화국에서 젊은 외국인 여성, 특히나 평소에 잘 보기 힘든 아시아계 여성이 남성 없이 “혼자" 다니는 경우 집적거림이나 성희롱, 심지어는 성추행까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꼭 주의하시라 권고하고 싶다.

(물론 대부분의 조지아 사람들은 여행객과 손님에게 호의적이고 순박한,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어느나라든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있기 마련이지않은가.)


내 경우 러시아어 회화가 가능해서 성희롱을 더 심하게 당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영어를 못해서 성희롱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의 캣콜링, 치나라고 부르고 낄낄거리는 것 등은 가장 소프트한 희롱이고 관광중심지에서 점잖은 조지아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예쁜 아가씨 얼마예요?” - 이 가격에 대한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안해도 알거라 믿는다 - 물어보는 일이나, 시어머니와 길을 걷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내 귀에 대고 “sex” 를 속삭이고 간 일,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옆 테이블 남자들이 느물대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자기들 옆에 같이 앉으라고 빈 의자들을 탁탁 치면서 오라고 하는 경우, 택시안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성기관련 성희롱이나 심지어 자신의 성기를 만지면서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는 택시기사까지 겪어봤다.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던 우리 아빠뻘 되는 조지아 할아버지가 같이 차마시자 밥먹자 데이트하자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다.(이건 정말 컬쳐쇼크다! 할아버지들은 좀 다를 줄 알았다!)  


캣콜링이 듣기 싫어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이어폰을 끼고 걷고, 반바지, 치마도 혼자 다닐때는 입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으로도 다녀봤지만 작정하고 덤비는 성희롱범들은 옷과 이어폰 유무와는 상관이 없더라.  


조지아 공화국의 문화적 시선으로 볼때 “남성없이 다니는 젊은 여자" 는 접근해 볼 여지가 있는 여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어이 없는건 저런 성희롱과 성추행은 남성과 함께 여행하는 경우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조지아 남성들은 마초적인 문화의 영향으로 타남성의 배우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강해서 남성여행자와 함께 여행하는 여성 여행자는 여자친구, 혹은 부인으로 생각해서 신사 같은 모습으로 변모한다

또한 다른 조지아 사람과 함께 있는 경우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생각해서 절대 집적거리지 않았고 나이가 지긋한 여성의 경우 존경과 존중으로 상대를 예우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부 여행자들이 “불쾌한 성희롱을 겪었어요" 라고 목소리를 내더라도 타 여행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든 경우들이 왕왕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나처럼.


만약 코카서스 3국을 혼자 여행하고자 하는 여성여행자가 있다면


  • 젊든, 나이가 많든 남성 외부인의 친절은 경계를 우선으로 하라.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거나 앞다투어 도와주는 젠틀함이 수작으로 변질될 수 있다.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라.

  • 사람들이 많이 타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할 경우 콜택시나 Taxify 와 앱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택시기사가 원치않는 주제의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 대화를 원치 않는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만약 그래도 그만두지 않는다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고 택시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내 경우 할아버지 택시기사 분들이 성희롱 하는 경우 단호하게 거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릴때부터 들어온 “어른공경” 정신 때문에 세게 대응하지 못해서 성희롱이 길게 이어진 적이 있었는데, 명심하자. 성희롱에 대한 대응은 어른공경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기방어수단이다. 죄책감 가지지 말고 꼭 단호하게 대응하여야 한다.

  • 길거리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 큰소리를 내서 주변에 도와달라고 하거나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핸드폰 심카드를 산 경우라면 112 를 누르면 바로 연결된다.

  • 동양의 예의바른 거절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미소를 띄고 거절하는 경우 Yes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단호한 표정으로 무시하거나  짧게 “No thank you.”, “No. I don’t need”. “No. Sorry” 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조지아 공화국 여행을 포기하라고 적는 글이 아니다.

저런 다사다난한 일을 겪었지만(!) 나는 아직도 조지아 공화국을 좋아하고 다시 여행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살아보고 싶다. 저런 부정적인 한 면만으로 조지아를 단정하기엔 조지아 공화국에는 수많은 장점과 찬란한 아름다움들이 존재한다.


다만,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 조지아 공화국에도 명암이 있고 여행자들이 밝은 부분만 생각하고 방문했다가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명암을 미리 인지해서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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