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2014년에 쓴 타 블로그 글의 백업 버전입니다. * 


5월 14일부터 18일까지 흑해 연안의 바투미[Batumi]시를 다녀왔습니다.

바투미는 수도 티블리시에서 400km 정도인데 도로가 굽이굽이 넘나들기가 강원도급인지라;;; 오가는데 꽤나 힘들었습니다. 가는데 6시간, 오는데 5시간 반....ㅠㅠ



흑해 연안의 도시들은 소련 시절부터 휴가 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예전엔 소련의 이웃 도시들이었는데 지금은 서로 다른 나라인 걸 보면 이상한 기분입니다.

최근에 알려진 도시로는 동계 올림픽을 계최한 소치[Sochi]가 있고, 그 외에도 2008년 그루지야-러시아 전쟁 이후 분단된 수호미[Suhomi], 최근 발전을 거듭하는 조지아의 바투미[Batumi] 등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바투미 해변가에는 켐핀스키, 힐튼 등 고급 호텔들의 공사가 마무리 중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힐튼은 성황리에 영업중입니다.


바투미가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1. 천혜의 자연환경

바투미 및 흑해 연안의 도시들은 독특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코카서스 산맥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어 흑해 연안은 해수욕을 즐기기 적합한 아열대 기후를 만들어 줍니다.

실제 길거리에는 야자수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었는데요, 야자수와 소나무가 곳곳에 심어진 바투미는 제주도를 연상시켰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와 다른 한 가지는 설산 코카서스 산맥입니다.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코카서스 산맥은 해발 5-6천미터를 자랑하는 산맥이라 한여름에도 산 정상에는 빙하가 덮여있습니다.

제가 바투미에 머물렀을 때 기후가 25~28도 정도였는데 더운 해변가를 걷다 눈덮인 산맥을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야자수 나무 아래에서 눈덮인 산을 함께 보는 기막힌 경치는 세계에서도 몇 군데 되지 않을 절경일듯 합니다. (프로즌에서 여름을 외치던 올로프가 여기 살면 딱일것 같네요^^)


2. 지형적 & 주변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

바투미로 휴가를 올만한 잠재적 고객군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신생 CIS 국가들과 근접 아제르바이잔, 터키, 아르메니아, 이란 등 입니다.

그들의 여름 휴가는 이집트,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터키 안탈리아, 태국등의 국가의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투어가 주류를 이루는데 현재 이집트와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상황이 워낙 나빠서 휴가는 커녕 안전을 걱정해야 할 장소들이죠. 방콕도 예전보다는 그닥 안전하지 않고...^^;

그런 만큼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던 휴가객들이 바투미로 몰리는 특수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2018년 현재 가장 큰 방문국은 러시아라고 합니다.


3. 저렴한 물가(2014년 기준입니다. 2018년 현재는 물가가 많이 올랐어요)

조지아 공화국은 주변국 사이에서도 저렴한 물가를 자랑합니다. ^^

저희는 출장 목적이 포함된 여행이라 쉐라톤 바투미에서 묵었는데요, 5성급 쉐라톤 바투미의 경우 주말 숙박가가 177달러 (조식, 택스 포함) 입니다. 같은 쉐라톤 체인의 쉐라톤 크라비(태국)의 같은 날 동일 조건의 숙박비용은 190(1달러 33밧 기준) 달러이니 태국보다도 저렴하군요. ^^

단, 서비스 퀄리티는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쉐라톤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지아의 관광업 및 서비스 마인드가 시작 단계인지라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쉐라톤 지못미T_T)

한국처럼 '고객이 왕이다' 서비스...여기 없습니다. 기대하시면 실망하실거예요^^;


*** UPDATE! ***

2018년 현재 바투미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 7~8월 성수기 호텔가격은 유럽보다 더 비싼 깡패 가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5월 4일 오늘 기준으로 Booking.com 사이트의 7월 평일 가격을 살펴보면 (성인2명 기준)

최저가가 1박당 230~250불대입니다.

이 가격은 평일 가격이고 주말은 가격이 더 높아지는데 주말의 경우 벌써 예약 만료가 되서 숙박이 불가하네요.

2015년 7월 방문 당시 러시아 및 주변국가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바닷가가 꽉 찬 기억이 납니다.

혹 성수기에 바투미에 머무를 예정이라면 숙박비, 예약을 미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무관세 지역 혜택 및 카지노 합법화

카지노!!!

아제르바이잔, 터키, 아르메니아에서 바투미를 방문하는 주요 이유입니다.

무슬림국은 도박이 불법이죠. 그래서 조지아로 넘어와 카지노를 즐기고 돌아가는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란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국가가 도박이 불법이긴 하지만 무슬림국가는 자국내 도박의 처벌 강도가 워낙 세다고 하니...)

게다가 바투미는 무관세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즉, 아빠는 도박을 즐기고, 가족들은 쇼핑을 즐기는 윈윈 바캉스?!-.-;;

저는 바투미시의 이런 정책이 마카오를 벤치 마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관세, 카지노, 해변 등 대부분의 조건이 맞아 떨어지거든요.

관광 이외에 특출난 산업이 없다는 것 까지도 바투미와 마카오는 비슷합니다.

별다른 산업이 없는 조지아 공화국에 바투미는 주요한 외화 벌이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투미는 작은 마을과 같은 곳이라 천천히 걸어도 반나절 정도면 해변, 항구, 도심가를 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저는 쉐라톤 출발-시계 방향으로 이동-쉐라톤 도착의 루트로 세 시간 정도 걸어다녔는데 오막조막하게 귀여운 곳들도 많고, 예쁘게 복구를 해 놓아서 지루하지도 않고 잘 다녔습니다.

저 정도만 봐도 바투미의 70%는 본 거라고 하더라구요 ^^




호텔 앞의 산책로에서 부터 출발.



백사장에 바로 옆에는 산책로, 자전거 도로 및 각종 야자수가 잘 꾸며져 있구요

켐핀스키호텔로 해변을 따라 슬렁슬렁 걸어갑니다.



해변가에는 몇백미터마다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꼭 프로포즈존(?) 마냥 커플 조각들로 설치 되어있네요..

혼자 온 여행객은 어떻하라고...ㅎㅎㅎ




한가롭게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나 눈에 띄이구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라도 카메라에 따라 색감차이가 크게 나네요.

사이언의 색감이 많이 도는 사진들은 다 폰사진들...

딱히 사이언 색감을 즐기지 않는데 바투미 사진들은 약간 60년대의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묘하게 마음에 듭니다.

이 사진도 '태양은 가득히'의 삘이 나는 것 같은데....너무 주관적인가요^^;?




어떤이는 벌써부터 여름 스포츠를 즐깁니다.

저거....말레이시아에서 한번 타봤는데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심장 쫄깃해서 정말 힘들어요;ㅁ;





바투미의 상징인 알파벳빌딩과 현대식 건물들

전 통유리 건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이쪽 사람들은 '통유리=최신식' 이라고 생각하나봐요

뭐든 지어올리면 다 통유리..;;;





아마 바투미의 뷰포인트 장소인 듯 싶은 "바투미 부두"

실제 부두는 아니고 관광객들용 인공 부두입니다.



부두 옆에는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근데...맛은 그저그런-.-;;

그냥 경치값 낸다 생각하고 한끼 먹기에 딱 좋습니다 ㅎㅎㅎ




먼 산을 자세히 보시면 빙하가 덮인 설산입니다.

실제 보면 꽤 선명해서 더운 느낌이 싹 사라지지요.





해변가 곳곳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고

이렇게 개인이 렌트하는 네발자전거?벨로모빌?(도대체 얘네 이름이 뭔가요?;;;) 및 ATV도 다양해서 가족들끼리 부담없이 타기도 좋아보였습니다.




그리고 해변가의 끝까지 따라 올라가면...




관람차와 등대가 나옵니다.

(등대는 이해가 간다지만...관람차는 왜?;;)

뭔가 좀 뜬금없긴 한데...경치는 예뻤어요. ^^



별 거 아녀 보이는 이 등대가 자그마치 백살이 넘어요!

이 등대는 1882년년 오토만 왕국 시절 프랑스 파리 회사가 건축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가 펜스의 문양이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제가 82년 생이니 이 등대는 저보다 딱 백년 전에 지어졌네요. :)




기왕 관광하는 거 관람차도 탔습니다.

3라리 정도 줬던 것 같아요. (1라리는 630원 정도 합니다)


저 관람차 보기에는 예쁜데 생각외로 완전 무서웠습니다.

왜냐구요?

안전바가 없어요 ;ㅁ;

창문도 없어요 ;ㅁ;

일어서면 그냥 허공이예요 ;ㅁ;ㅁ;

일어서서 풍경 사진 찍었다가 심장 마비 올뻔 했어요-ㅁ-;;;;



아래 사진들이 심장마비를 각오하고 찍은 영광의 사진들



바투미 항구

바다색이 참으로 예쁘죠?

항구인데도 물이 깨끗했어요.

왼쪽 뒤에는 코카서스 설산이 보이네요.




건설 중인 켐핀스키 호텔, 조지아알파벳타워: DNA회로처럼 굽이치는 회로에 조지아 알파벳이 새겨져있어서 그렇답니다,

그리고 조그맣게 보이는 파리지앵(?) 등대




바투미 시가지



관람차를 지나 이백미터 정도 걸어가면

바투미 항구가 나옵니다.



유람선, 제트보트, 요트, 통통배까지 각각의 배들이 정박해있었습니다.




위 유람선은 Hydrofoil: 수중익선입니다.

특이하게 바다를 떠서 빠르게 이동하는 초스피드 유람선이라고 하네요.

소련시절에 많이 건조한 배라고...(홍콩에도 있다고 합니다)


바투미 항구에는 소치로 가는 유람선들이 꽤 있었어요.

1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하고 러시아 비자도 면제됐겠다 한번 가볼만도 하네요.




그리고 항구에서 한가롭게 낚시하는 강태공들

월척 좀 낚으셨을려나 :))





그렇게 항구를 지나

종종걸음으로

바투미 시내로 향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파란색 빨래가 잘 마르고 있네요 :)




파란색 문과 레몬색 벽, 빨간 벽돌이 인상적이던 집.




바투미 시가지

거리가 정겹고 예쁩니다.

사람들도 친근하고 친절해요.

아시아인이 워낙 드물어서인지 사람들이 바투미의 인상이 어떤지 자주들 물어보시길래 최고라고 말씀드렸더니 다들 좋아하셨습니다.

워낙 나라 사랑, 고향 사랑이 지극한 조지아 사람들이라 그런가봐요. :)



역시나 빨래는 쨍쨍한 햇살 아래 말려야 제격이죠.






구 소련시대의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이 묘한 대비를 줍니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대의 건물이 공존하는 느낌?

조지아의 과거와 미래일까요?




19세기 유럽의 느낌을 주는 고풍스런 건물들까지

바투미 시가지는 곳곳에 예쁜 장소가 즐비했습니다.





바투미에서는 새빨갛다 못해 시뻘건 석양이 장관이었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조지아 와인 한잔 들고 석양을 바라보면 천국이 따로 없어요.

간만에 조지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티블리시도 몇년 전에는 이렇게 친절한 사람들만 가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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