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자신에게 '느긋한' 사람이라고 합리화 하곤 했지만
실제 나는 게으른 사람이다.

열정에 게을렀고
노력에 게을렀으며

오직 포기만 빨랐다


안되서 포기하는게 아니라 흥미가 식어서라고 
꼭 저렇게까지 아둥바둥해서 뭐하나 라고 변명만 했었다.
나자신을 채찍질 하는게 무서웠다고 인정하지 못한채.

Refugando...
Refugando... by Eduardo Amorim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렇다고 이런 채찍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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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작한 암벽등반은 그런 나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비록 초보자라 실제 산을 오르진 않지만
연습장(이라고는 하나 15m높이인데다 난이도도 9가지라 꽤나 만만치가 않다) 벽을 오르며 포기하고 싶을때 마다,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이젠 안될거라고 생각하는 순간순간
이를 악물며 다시 움직이는 나를 보며

'아, 더 할 수 있었던거였구나 그런데 그냥 못한다고 생각한거였구나'

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까지 나는
그저,
내 인생을 정열없이 뜨뜨미지근한 어느몇십도정도의 물로서 식어가고 있었던 게다




암벽등반을 할 때마다
벽을 타다 어려운 코스가 나올때
정상을 몇미터 놔두고 팔에 힘이 빠져 더이상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땐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온다.
(울 S군이 말하길 욕쟁이라며....제발 욕좀 그만하란다^^;)


'아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시츄에이숑....내가 왜 이 개고생을 하면서 내돈내가며 이 벽에 매달려있지?' 

혹은

'내 이번만 정상 찍고나면 다신 안하리라 이런 십장생!!' 


이런 험한 단어들을 중얼대며  
어금니 꽉 깨물고 다시금 올라가 정상을 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짜릿함!!


99도의 그 아슬한 경계를 넘어서 100도의 뜨겁게 부글대는 최고의 온도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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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거 물론 뜨겁게 살기가 쉽지 않다
인생의 온도계가 있어 바로미터로 재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충 이만하면 뜨겁겠지'
혹은
'이건 죽어도 안되는거니까 이게 최선이라구' 라며 구십몇도쯤에서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다



나부터가 그랬으니까



예전의 나는 저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이런 십장생!'을 말하기도 전에서부터
지레 포기했었다.


처음에 써재낀 저런 자기위안용 이유들을 들어대며
99도의 지겨운 뜨거움의 시간을 견뎌내고 싶지 않았다.


99도까지 가는 것만도 진짜 최선일거라며
눈가리고 아웅했다.




하지만
진짜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위의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들을 약 5-6번 간격으로 미친듯이 쏟아부은 상황을 넘긴 뒤에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더라.
그땐 죽어도 안된다. 정말로.

그럴땐 포기하고 내려오면서도 뿌듯하다.


지금의 99도는 다음의 100도를 성공시킬 리허설의 99도 였다는 걸 알기때문이다.



인생을 100도로 살기엔 아직 귀차니즘이 너무 많은 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좀 더 뜨거운 온도로 Go!